페트병 뚜껑이 안 열리고 의자에서 5번 일어나는 데 12초가 넘으면 — 65세 이상 7.9%, 80세 이상 20%의 근감소증, 악력 28·18kg과 종아리 34·33cm로 집에서 하는 검사, 단백질 1.2g과 주 2회 근력운동으로 되돌리는 법
최종 업데이트 2026-10-29

병원 진단명 중에 ‘근육이 줄어드는 병’이 있다는 것을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페트병 뚜껑이 잘 안 열리고, 의자에서 일어날 때 손을 짚게 되고, 횡단보도 신호가 짧게 느껴지고, 바지 밑단이 헐렁해졌다면 근육이 나이보다 빨리 빠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근감소증은 노화의 당연한 일부가 아니라 낙상·골절·당뇨·입원과 사망 위험을 뚜렷이 높이는 질병으로 분류되며, 다행히 약이 아니라 단백질과 근력운동으로 되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노년의 병입니다. 이 글은 집에서 해 볼 수 있는 선별 검사, 병원 진단 기준, 원인, 그리고 먹는 양과 운동 방법을 구체적인 숫자로 정리했습니다.
근감소증은 병이다 — 2021년 질병코드, 65세 이상 7.9%·80세 이상 20%
근육은 30대부터 해마다 약 1%씩, 60대 이후에는 더 빠르게 줄어듭니다. 그 속도가 정상 노화를 넘어 근력과 신체 기능까지 떨어지는 상태를 근감소증이라고 하며, 2016년 세계보건기구 국제질병분류에 병명 코드가 생겼고 국내에서도 2021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8차 개정에 진단 코드가 들어가면서 ‘그냥 나이 탓’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으로 바뀌었습니다. 2023년에는 대한근감소증학회·대한골대사학회·대한노인병학회가 국내 진단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흔한지는 기준에 따라 다릅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2022년)를 근력과 보행 기능으로 분석한 자료에서는 65세 이상의 7.9%, 80세 이상의 20%가 근감소증이었고, 근육량까지 포함한 다른 연구들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10~30%로 보고됩니다. 같은 자료에서 근력과 기능이 모두 떨어진 사람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1.92배, 사망 위험이 1.45배 높았습니다. 근육이 줄면 넘어지기 쉽고, 넘어지면 골절이 되고, 골절로 누워 있으면 근육이 더 빠지는 악순환이 노년 건강을 결정합니다. 근육은 움직이는 기관만이 아닙니다. 식후 혈당의 대부분을 흡수하는 곳이라 근육이 줄면 당뇨가 생기기 쉽고, 몸의 단백질 저장고라 큰 수술이나 감염 뒤 회복력을 좌우하며, 체온과 면역에도 관여합니다. 그래서 같은 폐렴, 같은 골절 수술에서도 근육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예후가 다릅니다.
집에서 하는 선별 — 종아리 34·33cm, SARC-F 설문, 의자에서 5번 일어서기

아시아 근감소증 워킹그룹(AWGS 2019) 기준의 선별 도구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종아리 둘레입니다. 앉아서 무릎을 90도로 굽히고 종아리의 가장 굵은 부분을 줄자로 재어 남성 34cm, 여성 33cm 미만이면 근육량 감소를 의심합니다. 줄자가 없으면 양손 엄지와 검지로 고리를 만들어 종아리를 감싸 보고, 고리가 남으면 위험 신호로 보는 ‘손가락 고리 검사’가 있습니다. 둘째, SARC-F 설문 5문항입니다. 4.5kg(쌀 반 포대) 들기가 힘든가, 방 안 걷기가 힘든가, 의자·침대에서 일어나기가 힘든가, 계단 10개 오르기가 힘든가, 지난 1년에 몇 번 넘어졌는가를 각 0~2점으로 매겨 4점 이상이면 양성입니다. 셋째, 의자에서 5번 일어서기입니다. 팔짱을 끼고 팔걸이 없는 의자에 앉았다가 완전히 일어서기를 5번 반복하는 시간을 재어 12초 이상이면 신체 기능 저하로 봅니다. 여기에 6m를 평소 속도로 걷는 시간이 6초를 넘으면(초속 1m 미만) 같은 기준에 해당합니다. 악력은 병원의 악력계로 재지만 집에서는 ‘페트병 뚜껑, 꽉 닫힌 병, 젖은 수건 짜기’가 힘들어졌는지가 대신 신호가 됩니다. 이 선별에서 하나라도 걸리면 가정의학과·노년내과·재활의학과에서 정식 검사를 받습니다. 선별은 ‘가능성’을 찾는 단계이고, 걸렸다고 모두 근감소증은 아니며, 반대로 체중이 정상이거나 통통한데 근육만 빠진 ‘근감소성 비만’은 겉으로 전혀 티가 나지 않아 검사로만 찾아집니다.
병원 진단 — 악력 28·18kg, 보행속도 초속 1m, 근육량 검사
진단은 근력·신체 기능·근육량 세 가지를 잽니다. 근력은 악력계로 양손을 두 번씩 쥐어 가장 높은 값을 쓰며 남성 28kg, 여성 18kg 미만이면 근력 저하입니다. 신체 기능은 6m 보행속도 초속 1m 미만, 의자에서 5번 일어서기 12초 이상, 또는 균형·보행·일어서기를 합친 단축형 신체기능검사(SPPB) 9점 이하입니다. 근육량은 골밀도 검사와 같은 장비(DXA)로 팔다리 근육량을 재어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남성 7.0kg/m²·여성 5.4kg/m² 미만, 생체전기저항법(인바디 같은 BIA) 기준으로는 남성 7.0·여성 5.7kg/m² 미만이면 근육량 감소입니다. 판정은 이렇게 합니다. 근육량 감소에 근력 저하 또는 기능 저하 중 하나가 더해지면 근감소증, 근육량 감소에 근력과 기능이 모두 떨어지면 중증 근감소증입니다. 근육량을 못 재는 동네 의원에서는 근력이나 기능 중 하나만 떨어져도 ‘가능성 근감소증’으로 보고 바로 운동·영양 개입을 시작하도록 한 것이 2019년 기준의 특징입니다. 검사와 함께 혈액으로 비타민D, 갑상선, 염증 수치, 신장·간 기능, 당화혈색소를 보고, 원인이 되는 약(장기 스테로이드 등)과 질환(심부전·만성폐질환·신부전·암·우울증)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비용은 검사 조합에 따라 다릅니다. 악력·보행속도·일어서기는 진료 중에 바로 하고, 근육량은 골다공증 검사(DXA)를 받을 때 함께 측정하거나 BIA로 보며, 65세 이상 여성과 70세 이상 남성은 국가건강검진의 골밀도 검사 시기와 맞추면 효율적입니다. 근감소증 자체의 치료약은 아직 없고, 성장호르몬·테스토스테론·일부 신약은 연구 단계이거나 부작용 때문에 일반적으로 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치료의 전부는 다음 두 절, 먹는 것과 운동입니다.
단백질 — 하루 체중 1kg당 1.0~1.2g, 근감소증이면 1.2~1.5g, 끼니마다 25~30g

노인은 같은 단백질을 먹어도 근육으로 만드는 효율이 젊은 사람보다 떨어지는 ‘동화 저항’이 있어 더 많이 먹어야 합니다. 일반 성인 권장량은 체중 1kg당 0.8g이지만 노인은 1.0~1.2g, 근감소증이 있거나 급·만성 질환이 있으면 1.2~1.5g이 권장됩니다. 체중 60kg이면 하루 72~90g으로, 달걀 하나 6g, 두부 반 모 8g, 닭가슴살 100g 23g, 생선 한 토막 20g, 우유 한 잔 7g을 생각하면 세 끼 모두에 단백질 반찬이 있어야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한국 노인의 식사는 밥과 국·김치 중심이라 단백질이 아침에 거의 없고 저녁에 몰리는 것이 흔한 문제입니다. 나누어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육 합성은 한 끼에 단백질 25~30g, 그중 류신(근육 합성 스위치를 켜는 아미노산) 2.5~3g이 들어와야 켜지고, 한 끼에 몰아 먹으면 남는 것은 근육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침에도 달걀·두부·우유·요거트·콩류를 넣어 세 끼를 비슷하게 맞추고, 운동한 날은 운동 뒤 1~2시간 안에 단백질을 먹습니다. 씹기 힘든 어르신은 달걀찜·두부·생선·갈아 만든 고기·우유·단백질 보충 음료가 대안이며,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만성 신장병 3단계 이상)은 단백질 양을 의사와 정해야 합니다. 비타민D는 근육 기능에 필요하고 한국 노인의 상당수가 부족하므로 혈중 농도를 재어 20ng/mL 미만이면 보충합니다(별도 글 ‘비타민D 결핍’ 참고). 류신 강화 단백질 보충제나 HMB는 식사만으로 부족한 사람에게 보조로 쓰고, 열량 자체가 부족하면 단백질도 에너지로 타 버리므로 체중이 줄고 있는 어르신은 전체 식사량부터 늘려야 합니다.
운동 — 걷기만으로는 안 되고, 주 2~3회 저항운동이 근육을 되돌린다

걷기는 심장과 혈당에 좋지만 근육을 키우지는 못합니다. 근감소증을 되돌리는 운동은 근육에 평소보다 큰 부하를 주는 저항운동이고, 80~90대에서도 12주 저항운동으로 근력이 뚜렷이 느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기준은 주 2~3회, 큰 근육(허벅지·엉덩이·등·가슴) 중심으로 8~10가지 동작을 각각 8~12회씩 2~3세트, ‘마지막 2~3회가 힘들다’고 느낄 정도의 강도입니다. 집에서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앉기, 벽 짚고 스쿼트, 계단 오르기, 뒤꿈치 들기, 밴드 당기기, 물병 들기로 시작하고, 쉬워지면 횟수가 아니라 무게나 난도를 올립니다. 균형 운동을 함께 합니다. 한 발 서기(처음엔 벽 짚고 10초부터), 뒤꿈치-발끝 붙여 걷기, 옆으로 걷기는 낙상을 직접 줄이며, 태극권이나 노인 체조 프로그램이 같은 역할을 합니다. 유산소는 주 150분 빠르게 걷기를 더하되 저항운동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어르신은 보건소·주민센터의 노인 근력 교실이나 재활의학과의 운동 처방을 받으면 자세와 강도를 잡기 쉽고, 무릎·허리 통증이 있으면 수중 운동이나 앉아서 하는 동작으로 바꿉니다. 효과는 운동 뒤 6~12주면 근력과 일어서기 시간으로 확인되고, 근육량은 3~6개월 뒤 검사로 봅니다. 중단하면 몇 주 만에 되돌아가므로 ‘기간’이 아니라 ‘습관’이 목표입니다. 입원이나 병치레로 며칠만 누워 있어도 노인의 근육은 하루 1% 가까이 빠지므로, 아플 때일수록 침대에서 발목 돌리기·다리 들기라도 하고 단백질을 끊지 않는 것이 회복을 좌우합니다. 어느 과로 가느냐는 가정의학과·노년내과가 진단과 영양을, 재활의학과가 운동 처방을 맡으며, 골다공증·당뇨가 함께 있으면 그 치료와 묶어서 관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근감소증 검사는 어디서 받고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가정의학과·노년내과·재활의학과에서 악력계, 6m 보행속도, 의자에서 5번 일어서기는 진료 중에 바로 하고, 근육량은 골밀도 검사 장비(DXA)나 생체전기저항법(BIA)으로 잽니다. 65세 이상 여성·70세 이상 남성은 국가건강검진의 골밀도 검사 시기에 맞추면 근육량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혈액으로 비타민D·갑상선·당화혈색소 등을 같이 확인합니다.
단백질 보충제(프로틴)를 먹으면 되나요?
식사로 하루 체중 1kg당 1.0~1.2g(근감소증은 1.2~1.5g)을 채우기 어려울 때 보조로 쓰는 것이지 식사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한 끼에 25~30g씩 세 끼로 나누는 것이 핵심이고, 특히 단백질이 거의 없는 아침에 달걀·두부·우유·보충 음료를 넣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만성 신장병이 있으면 양을 의사와 정하세요.
매일 1만 보 걷는데도 근감소증이라고 하네요. 왜 그런가요?
걷기는 심장과 혈당에 좋지만 근육에 주는 부하가 작아 근육을 키우지 못합니다. 근감소증을 되돌리려면 주 2~3회 허벅지·엉덩이·등 중심의 저항운동(일어섰다 앉기, 스쿼트, 밴드, 물병 들기)을 ‘마지막 2~3회가 힘든’ 강도로 해야 하며, 80대 이후에도 12주면 근력이 늡니다.
체중이 정상이고 오히려 통통한데도 근감소증이 될 수 있나요?
네. 지방은 그대로이거나 늘고 근육만 줄어든 ‘근감소성 비만’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 검사로만 찾아지며, 당뇨·심혈관질환 위험이 가장 높은 유형입니다. 체중보다 악력·일어서기 시간·종아리 둘레가 더 정확한 신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