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통으로 응급실에 온 사람 3명 중 1명은 공황일 수 있습니다 — 10분 안에 정점을 찍고 30분 안에 가라앉는 공황발작과 20분 넘게 조여 오는 심근경색, 심전도·트로포닌 1시간이 가르는 것과 그래도 119를 불러야 하는 경우
최종 업데이트 2026-10-28

새벽에 가슴이 조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손발이 저리고 숨이 안 쉬어져 이대로 죽는 줄 알았는데, 응급실에서 심전도와 피검사를 하고 나니 ‘심장은 괜찮습니다, 공황발작 같네요’라는 말을 들은 분이 많습니다. 반대로 공황이라고 넘겼다가 심근경색이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두 상태는 증상이 겹쳐서 본인은 물론 의사도 증상만으로는 구별하지 못하며,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 글은 두 상태의 전형적인 차이, 응급실에서 심장을 배제하는 과정, 그래도 반드시 119를 불러야 하는 경우, 그리고 심장이 정상이라고 확인된 뒤 반복되는 발작을 어떻게 치료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처음 겪는 흉통이나 평소와 다른 흉통은 이 글을 읽지 말고 먼저 119입니다.
증상이 겹치는 이유 — 둘 다 교감신경이 켜진다
공황발작은 위험이 없는데 몸의 비상 경보(교감신경)가 갑자기 최대로 켜지는 상태입니다. 심장은 빨리 뛰고, 숨은 가빠지며, 가슴 근육이 긴장해 조이는 느낌이 들고, 과호흡으로 혈액의 이산화탄소가 떨어지면 손발과 입 주위가 저리고 어지러워집니다.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피를 보내는 관상동맥이 막혀 근육이 죽어 가는 상태인데, 이때도 통증과 함께 교감신경이 켜져 식은땀·두근거림·호흡곤란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가슴 통증, 두근거림, 숨 가쁨, 식은땀, 어지럼, 죽을 것 같은 공포라는 여섯 가지 증상은 양쪽에 다 나올 수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혼동이 흔한 것이 당연합니다. 국내 연구는 흉통을 주된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최대 3분의 1에서 공황장애나 다른 불안장애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고, 그런데도 응급실에서 그 가능성이 확인되는 비율은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 2019년 약 11만 9천 명에서 2023년 약 13만 9천 명으로 16.8% 늘었고, 통계청 2022년 자료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포함한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는 1만 4,739명이었습니다. 한쪽은 생명이 걸린 병이고 한쪽은 생명과 무관하지만 삶을 무너뜨리는 병이라, 둘 다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원칙은 단순합니다. 처음 겪는 흉통, 평소 공황과 다른 양상의 흉통은 공황이라고 가정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심장 검사에서 정상이 반복 확인된 사람이 똑같은 양상의 발작을 겪는다면 매번 응급실에 가는 대신 공황을 치료하는 쪽이 맞습니다. 그 경계를 아래에서 나눕니다.
전형적인 차이 — 10분 정점·30분 소실의 공황, 20분 넘게 악화되는 심근경색

시간 경과가 첫 번째 단서입니다. 공황발작은 보통 몇 분 안에 급격히 심해져 10분 안에 정점에 이르고, 몇 분에서 30분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가라앉습니다. 끝나고 나면 기진맥진하지만 통증은 사라집니다. 심근경색의 통증은 보통 20분 이상 계속되고 쉬거나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풀리지 않으며 치료 없이는 점점 심해집니다. 통증의 성격도 다릅니다. 심근경색은 가슴 한가운데를 누르거나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이 흔하고 왼팔·양팔·턱·목·등·명치로 퍼지며, 식은땀과 구역이 함께 옵니다. 공황은 찌르는 듯하거나 콕콕 쑤시는 통증, 숨을 들이쉴 때 심해지는 통증, 손끝으로 짚을 수 있는 한 지점의 통증이 더 흔하고, 손발 저림·비현실감·‘미칠 것 같다’는 느낌이 동반됩니다. 상황도 참고가 됩니다. 심근경색은 계단을 오르거나 무거운 것을 들거나 추운 아침에 활동하다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공황은 쉬고 있을 때, 잠들 무렵, 사람 많은 곳이나 지하철처럼 특정 상황에서 반복됩니다. 과거에 똑같은 발작을 겪고 심장 검사가 정상이었다면 공황 쪽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 모든 차이는 ‘전형적인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심근경색 환자의 20~30%는 흉통을 느끼지 않고, 특히 고령자·당뇨병 환자·여성은 소화불량, 피로, 숨 가쁨, 어지럼만으로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음 조건이면 양상이 어떻든 119입니다. 흉통이 15~20분 이상 이어지거나 점점 심해질 때, 처음 겪는 흉통일 때, 팔·턱·등으로 퍼지거나 식은땀·구역이 함께 올 때, 50세 이상이거나 흡연·당뇨·고혈압·고지혈증·심장병 가족력이 있을 때, 실신하거나 숨이 차서 말을 잇기 어려울 때입니다. 심근경색은 막힌 혈관을 90~120분 안에 여는 것이 심장 근육을 살리는 기준이라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일 — 심전도 10분, 고감도 트로포닌 1~3시간

응급실의 첫 번째 일은 도착 10분 안에 12유도 심전도를 찍는 것입니다. 심전도에서 ST분절 상승 같은 전형적인 변화가 보이면 바로 혈관을 여는 시술로 갑니다. 심전도가 정상이거나 애매해도 심근경색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어서 두 번째 검사인 고감도 트로포닌 혈액검사를 합니다. 트로포닌은 심장 근육이 손상될 때 피로 새어 나오는 단백질이고, 요즘 쓰는 고감도 검사는 도착 시점과 1~3시간 뒤 두 번 측정해 수치와 변화량으로 심근경색을 확인하거나 배제합니다. 그래서 ‘심장은 괜찮다’는 말을 듣기까지 보통 1~3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심전도를 다시 찍고 혈압·산소포화도를 봅니다. 이 과정에서 심근경색 외에도 폐색전증(다리 혈전이 폐로 가는 것), 대동맥 박리, 기흉, 부정맥 같은 다른 위험한 원인을 함께 봅니다. 숨 가쁨과 흉통이 있는데 다리가 붓거나 오래 앉아 있었던 사람,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등으로 옮겨 가는 사람은 추가로 CT를 찍기도 합니다. 공황발작이라도 이 검사들은 헛수고가 아닙니다. 심장과 폐가 정상이라는 확인이 있어야 다음 단계인 공황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모두 정상이고 증상이 공황에 들어맞으면 응급실에서는 안정과 함께 필요시 항불안제를 쓰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합니다. 이때 많은 분이 ‘그럼 괜히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첫 발작은 반드시 검사로 확인해야 하고, 이 검사 결과(심전도·트로포닌·필요시 심장 초음파)가 이후 발작 때 ‘같은 양상이면 공황’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결과지를 사진으로 보관해 두세요. 다만 양상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위험 요인이 생기면 다시 검사받는 것이 맞습니다.
심장이 정상이라고 나온 뒤 — 발작은 왜 반복되고 어떻게 멈추나

공황발작은 한 번 겪으면 ‘또 오면 어쩌나’ 하는 예기불안이 생기고, 그 불안이 다음 발작의 방아쇠가 됩니다. 가슴이 조금만 두근거려도 ‘심장이다’라고 해석하고, 그 해석이 교감신경을 더 켜서 진짜 발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입니다. 그래서 치료의 핵심은 발작이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다시 배우는 것입니다. 발작이 한 달에 여러 번 오거나, 발작이 두려워 운전·지하철·외출을 피하기 시작했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시작할 시점입니다. 약물치료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이 기본이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4~6주, 충분한 효과까지 8~12주가 걸리며 보통 1년 안팎 유지한 뒤 서서히 줄입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알프라졸람 등)은 발작을 빨리 가라앉히지만 의존 위험 때문에 초기 몇 주 보조로만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약과 함께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근거가 강한 치료로, 발작 때의 신체 감각(과호흡·두근거림)을 일부러 일으켜 보며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익히는 노출 훈련과, ‘심장이 멈출 것 같다’는 해석을 바로잡는 연습을 합니다. 두 가지를 함께 하면 대부분 수개월 안에 발작 빈도와 공포가 크게 줄어듭니다. 발작이 시작될 때 할 수 있는 것은 셋입니다. 첫째, 내쉬는 숨을 길게 하는 호흡입니다. 4초 들이쉬고 6~8초에 걸쳐 내쉬는 것을 반복하면 과호흡이 멈추고 저림·어지럼이 먼저 가라앉습니다(종이봉투 호흡은 권하지 않습니다). 둘째, 발작은 10분 안에 정점을 찍고 내려간다는 것을 시계를 보며 확인하는 것입니다. 셋째, 발작 중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피하면 그 장소가 다음 발작의 방아쇠가 됩니다. 카페인·술·수면 부족·과로는 발작 역치를 낮추므로 치료 초기에는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과로 가나 — 첫 흉통은 응급실, 반복 발작은 정신건강의학과, 둘 다 있는 사람은 함께
처음 겪는 흉통이나 위에서 든 119 조건에 해당하면 응급의학과(응급실)이 맞고, 낮에 증상이 가라앉았더라도 그날 안에 심장내과에서 심전도와 트로포닌, 필요하면 심장 초음파·운동부하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심장 검사가 정상이고 발작이 반복되면 정신건강의학과로 갑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이 보험에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이 많은데, 2024년부터 실손보험 가입 심사에서 불안·우울 진료 이력을 이유로 거절하지 못하도록 기준이 바뀌었고 치료받은 기록이 취업에 넘어가지 않습니다(이 주제는 별도 글 ‘정신과 첫 진료 기록과 보험’에서 다뤘습니다). 두 가지를 함께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협심증이나 부정맥이 있으면서 공황장애가 있는 경우인데, 이때는 심장내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함께 보며 ‘이 증상은 심장, 이 증상은 공황’으로 구별하는 기준을 환자가 배우게 합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저혈당, 빈혈, 카페인·각성제 과다, 일부 감기약도 공황과 똑같은 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 첫 진료 때 피검사로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공황발작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경보 체계가 과민해진 생물학적 상태이며 치료 반응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응급실에서 심장이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결과를 들고 미루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것이 다음 발작을 막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공황발작인지 심근경색인지 집에서 구별하는 방법이 있나요?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10분 안에 정점을 찍고 30분 안에 가라앉는 찌르는 통증·손발 저림·비현실감은 공황에, 20분 넘게 이어지며 심해지는 압박감·팔과 턱으로 퍼짐·식은땀·구역은 심근경색에 가깝지만 예외가 많습니다. 처음 겪거나 평소와 다른 흉통, 15~20분 넘게 지속되는 흉통, 50세 이상이거나 위험 요인이 있으면 구별하려 하지 말고 119를 부르세요.
응급실에서 심장 검사가 정상이면 다음 발작 때는 안 가도 되나요?
같은 양상의 발작이고 심전도·트로포닌·필요시 심장 초음파가 정상으로 확인됐다면, 다음부터는 호흡 조절과 시계 확인으로 넘기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통증 양상이 달라지거나 운동 중에 생기거나 새 위험 요인(흡연 시작, 당뇨 진단 등)이 생기면 다시 검사받으세요.
공황장애 약은 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나요?
SSRI 계열은 효과가 나기까지 4~6주, 충분한 효과까지 8~12주가 걸리고 보통 발작이 사라진 뒤에도 6개월~1년 유지한 다음 서서히 줄입니다. 벤조디아제핀(알프라졸람 등)은 초기 몇 주 보조로만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하면 약을 줄인 뒤 재발이 적습니다.
발작이 올 때 종이봉투에 숨을 쉬면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과호흡을 교정하려는 방법이지만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있는 경우 산소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대신 4초 들이쉬고 6~8초에 걸쳐 천천히 내쉬는 호흡을 반복하고, 발작이 10분 안에 정점을 찍고 내려간다는 것을 시계로 확인하며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